재판 땐 '나긋' 판결은 '칼'…최순실도 "부장님 고맙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김세윤(51·사법연수원 25기·사진) 부장판사는 2016년 말부터 1년 넘게 '국정농단' 사건에만 매달려 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포함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호선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 장시호씨 등 주요 인물 13명의 1심을 이끌었다. 김 부장판사는 올해로 3년째 형사합의 22부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합의부 부장판사는 업무 부담이 커 2년가량 근무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사건들의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다. 그 때문에 그는 지난 2월 정기인사 때에도 자리를 지켜야 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경청하는 재판관'으로 불린다. 증인이나 피고인 같은 사건 관계인들에게 진행 상황을 쉽게 설명해 주고 이들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등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는 친절한 태도 덕분이다. 피고인에게 방어권 보장을 위한 발언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주는 편이다. 또 재판 진행 중 방청객의 고함과 난동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김 부장판사의 배려하고 경청하는 재판 진행 방식은 최순실씨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의 소환조사 과정에서 고함과 항의, 반발로 일관하던 최씨도 김 부장판사에 대해선 '우리 부장님'이라고 부르며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최씨는 지난해 12월 결심 재판에서 "구속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오늘 여기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재판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은 부드럽게 하면서 법리에는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고인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면서도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정할 때는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12월 최순실씨의 조카이면서 특검 조사에 협조적이었던 장시호씨에게 구형량(징역 1년6월)보다 무거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최씨에 대한 선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 사이에선 "오늘은 최순실씨가 (김 부장판사에게) 배신당한 날"이라는 농담 섞인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에서도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재판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의 중형 선고였다. 김세윤 부장판사=1999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을 지냈다. 2016년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부패전담재판부인 형사합의 22부의 재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판사 2385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우수 법관 14인에 이름을 올렸다. 정진우 기자